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카타르 전통 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알자누브 스타디움 전경. 흰색으로 만들어 열 흡수를 최소화했고 외부 열기도 막는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인 만큼 알자누브 스타디움 내부에 있다가 외부 관중석으로 나가자는 제안이 탐탁지 않게 들렸다. 하지만 더위도 잠시, 에어컨이 가동되고 관중석 아래에 마련된 노즐에서 냉기가 뿜어져나오자 다리 부분부터 실시간으로 온도가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카타르가 자랑하는 월드컵 경기장의 친환경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었다. 알가라파 등 카타르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구자철이 “벤치에 앉아 있다 보면 쌀쌀할 정도다. 지인들이 경기장에 오면 외투를 가져오라고 한다”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바닷가에 세워져 해풍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974 스타디움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은 현재 자체적으로 고안해낸 친환경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11월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를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애초에 무더운 나라인 데다 축구장이 들어선 공간에서 관중 수만 명이 내뿜는 열까지 냉각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경기장 자체의 디자인부터 중요하다. 알와크라 지역에 위치한 알자누브 스타디움 등 카타르 경기장 대부분은 경기장 자체를 열을 반사하는 자재로 지었고, 색도 최대한 열을 적게 흡수하는 흰색으로 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카타르 전통 보트인 ‘다우’의 돛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알자누브 스타디움의 지붕은 외부의 모래, 더운 열기 등이 들어오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는다. 그 이후에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다. 이 방법을 고안해 ‘닥터 쿨(Dr. Cool)’이라는 별명을 얻은 사우드 압둘 가니 박사는 기자에게 “설령 밖에 모래 폭풍이 쳐도 변함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온도뿐만이 아니라 습도까지 같이 고려해야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자누브 스타디움 내부에서는 주기적으로 잔디에 물을 주는 등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경기장을 둘러싸고 찬 공기를 내보내는 노즐 구멍들이 보인다.

뜨거운 기후를 역으로 활용한 태양열 발전을 통해 이 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었다. 태양열 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차갑게 식히고, 경기장 각 구석에 있는 열교환기의 파이프에 그 냉각수를 흘려보내 공기의 온도를 낮춘 뒤 관중석과 경기장 주변에 배치된 노즐로 내뿜는 방식이다. 카타르 측은 경기장 내 에어컨 사용이 온실가스 추가 배출을 낳을 것이라는 서구권의 우려에 대해 친환경 발전이라 문제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고 더운 공기는 위로 뜨기에 이 방식에 따르면 지붕을 연 뒤에도 18~24도 사이의 냉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열을 흡수해 따뜻해진 물은 약 3㎞ 떨어진 저장 탱크로 보내진 뒤 다시 냉각 과정을 거쳐 다음 날 경기장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찬 바람이 불어 축구 경기를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노즐 각도 등을 미세 조절해 터치라인을 기준으로 냉기의 층을 만들 수도 있다. 관중석 역시 구역마다 관중 수나 온도에 따라 냉방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관중석에서는 냉기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라운드 지역으로 내려오자 온도는 시원할지언정 바람이 부는 느낌까지 받을 수는 없었다. 이에 대해 가니 박사는 “유럽에서는 겨울에 잔디 관리를 하면서 이끼나 곰팡이 문제를 겪곤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관리가 쉬워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이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따로 특허를 내지 않았다. 추후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 등지에서 각종 경기장을 지을 때도 도입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기는 지점이기도 하다.

가니 박사는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은 1시간에 약 70g의 땀을 흘리고, 랩톱 컴퓨터 2대 분량의 열을 쏟아낸다”며 “이제 우리는 필터를 통해 온도뿐만 아니라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것까지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009&aid=0005015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