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가 즐겨 쓰는 줄임말에 ‘자강두천’이 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로 한 분야에서 최고를 다투는 라이벌을 일컫는다. 21세기 세계 축구의 ‘자강두천’은 누가 뭐래도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다. 이들은 ‘인간’인 다른 선수와 차원이 다른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으며 축구계를 호령해 왔다.

하지만 메시와 호날두 모두 이루지 못한 것이 월드컵 우승. 그래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두 선수의 사실상 마지막 출전 대회로 둘 중 누가 멋진 ‘라스트 댄스’를 선보일지에 축구팬 시선이 쏠렸다.

카타르 월드컵 4강이 결정된 순간 두 천재의 희비는 엇갈렸다. 메시는 라스트 댄스 스텝을 이어가지만 호날두는 눈시울을 붉히며 쓸쓸히 떠나야 했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지난 10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대회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이날 메시는 1골 1도움의 맹활약으로 아르헨티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후반 추가시간 네덜란드에 극적인 동점골을 허용하며 흔들릴 수 있었지만 후배들을 다독인 메시는 승부차기에서도 자신의 몫을 다했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지난 10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메시는 또한 각종 기록도 착실히 경신하고 있다. 그는 월드컵 결선 토너먼트에서 5개 어시스트를 배달해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4회)를 넘어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월드컵 통산 10골로 아르헨티나 역대 1위인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월드컵 본선 24경기에 출전한 메시는 준결승과 더불어 결승이나 3·4위전까지 두 경기가 보장돼 독일 축구 전설인 로타어 마테우스(25경기)를 넘어 역대 최다 출전 신기록도 예고하고 있다.

반면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은 쓸쓸했다. 16강전 주전 명단에서 밀려나 후반 교체 출전했던 호날두는 11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 8강전에도 후반에서야 잔디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결정적인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포르투갈이 모로코에 0-1로 패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호날두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홀로 라커룸으로 향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1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패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호날두 역시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는 가나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페널티킥 골로 월드컵 5개 대회 연속 득점에 성공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자신이 가진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최다 골 기록도 118골로 늘렸다. 이날로 자신의 196번째 대표팀 경기에 나서 바데르 알무타와(쿠웨이트)와 함께 남자 선수 A매치 통산 최다 출전 기록 공동 1위가 됐다. 하지만 호날두는 대회 조별리그를 앞두고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별해 우승 트로피도 소속팀도 없이 빈손으로 카타르를 떠나게 됐다.

한편,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와 브라질의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도 희비가 교차한 천재들이다. 역시 ‘라스트 댄스’에 나선 모드리치가 이끄는 크로아티아는 10일 열린 8강전에서 막강 브라질을 승부차기 끝에 잡고 4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에서도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네이마르는 “국가대표팀에 대한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돌아올 것이라고 100 보장하기도 어렵다”며 대표팀 은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sports/qatar2022/article/022/0003763200